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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레몬
2025-06-18 05:56:59라이트닝 네트워크
풀 노드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분산화 속성을 강화한다면 온-체인 위에 올려질 다중 레이어들은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강화한다. 이러한 제2레이어에는 대표적으로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백서는 조셉 푼Joseph Poon과 타데우스 드리야Thaddeus Dryja가 공동 저술했으며, 2016년 1월 14일에 처음 공개되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백서의 제목은 「비트코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확장 가능한 오프-체인 즉시 결제」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백서 이름대로 현재까지 비트코인의 확장성 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채널을 만들고, 유동성을 공급하며, 결제를 중개하는 수많은 자발적인 라이트닝 노드가 있기 때문에 작동된다.
단순히 라이트닝 지갑 수탁 서비스—스트라이크, 월렛 오브 사토시, 블링크, 피닉스 등—를 이용하는 것과 직접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는 것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수탁 서비스 이용자들은 라이트닝 지갑 기업이 이미 열어놓은 채널을 이용해 결제를 주고받지만 라이트닝 노드 운영자는 직접 채널을 열고 닫으며, 때로는 타인의 결제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직접 설정하며 전체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일부가 된다.
라이트닝 채널의 원리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채널이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두 라이트닝 노드가 채널을 열면, 그들은 여러 번의 결제를 오프-체인 상에서 빠르고 저렴하게 주고받을 수 있다. 채널을 열 때는 온-체인 거래를 통해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
만약 앨리스와 밥이 자주 결제를 하는 사이라고 해보자. 둘의 거래를 매번 온-체인에 기록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온-체인 거래는 정산 관점에서는 매우 빠르지만, 결제 관점에서는 느리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소액 결제를 하는데 결제할 때마다 1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700 SATS 정도의 수수료를 매번 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자. 매우 불편한 일일 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채널을 개설할 때만 온-체인에 거래를 기록하고, 이후에 일어나는 자잘한 거래는 온-체인에 기록하지 않고 보관해 두다가 채널을 닫을 때 최종 거래 결과만을 기록하면 매우 저렴하고 빠르게 거래할 수 있다.
채널은 쉽게 말해 ‘공동 금고’라고 생각하면 쉽다. 앨리스와 밥의 공동 금고에 총 20만 SATS가 있고, 앨리스와 밥은 이 금고에서 각각 10만 SATS의 청구권이 있는 상태라고 해보자. 앨리스가 밥의 카페에서 5,000 SATS짜리 커피를 3번 사 마셨다면 앨리스의 최종 청구권은 85,000 SATS로 변하고, 밥의 최종 청구권은 115,000 SATS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래하면 앨리스와 밥 사이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거래가 실행되기 위해 한 번의 최종 거래 결과만을 메인 네트워크에 전송하면 되므로, 1회 거래당 거래 수수료는 매우 저렴해진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채널을 개설할 때, 채널을 종료할 때 총 2번만 온-체인에서 수수료를 지불한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놀라운 점은 직접 채널을 열지 않은 다른 대상과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만약 앨리스가 밥과 채널을 개설하고, 밥이 캐롤과 채널을 개설했다고 해보자. 앨리스는 캐롤과 직접적인 채널이 개설되어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앨리스가 캐롤에게 돈 10,000 SATS를 보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앨리스가 밥에게 돈 10,000 SATS를 보내고, 밥이 10,000 SATS를 캐롤에게 보내면 된다. 이러한 거래는 당연히 공동 금고에 있는 금액 청구권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앨리스가 캐롤에게 돈을 보내는데 밥이 매개해 줬으므로 앨리스는 밥에게 적정한 수수료를 지급하면 된다. 5 SATS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싶다면 밥에게 10,005 SATS를 보내고, 밥은 캐롤에게 10,000 SATS를 보내면 된다. 그러면 앨리스는 거래의 중간 매개자인 밥에게 5 SATS를 보낸 셈이 된다.
밥은 중간 매개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이렇게 송금 경로 중 중간에 지나가는 각 노드를 홉hop이라고 부른다. 기존에는 거래의 중개를 누가 맡았는가?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이 독점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중앙화된 중개자 역할을 개인들에게 분산시킨 혁신적인 모델이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하고 다른 사람들과 거래할 수 있으며, 중개 역할을 하면서 수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기존에는 중개자가 되기 위해서 거대한 자본이 필요했으며,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은행업을 할 수 있었다. 기존 은행이 커다란 중앙 금고를 두고 은행 직원들이 모든 거래를 처리하고 기록했다면,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개인들이 서로 작은 금고를 만들어 거래하고 필요한 경우 중간 경로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이다. 이는 은행의 권한이 개인들에게 분산된 것과 같다.
참고로 앨리스나 캐롤은 중개자인 밥을 신뢰할 필요는 없다. 밥이 앨리스에게서 확실히 돈을 받으려면 캐롤이 밥에게서 돈을 가져갈 때 공개되는 데이터(해시값의 평문)가 있어야만 한다. 즉, 밥이 캐롤에게 돈을 확실히 보내야만 밥은 앨리스에게 받은 돈을 가져갈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는 노드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많은 노드들이 채널을 열어야 더 빠르고 다양한 경로가 열릴 수 있고, 수수료 경쟁이 일어나 엄청나게 낮은 수수료로도 거래할 수 있다. 기존 비트코인 시스템은 수수료를 내는 사람들끼리 경쟁했다. 더 높은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느린 속도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는 수수료를 받는 사람들끼리 경쟁한다.
인바운드 유동성과 아웃바운드 유동성
앞의 비유적인 예시로 돌아가 보자. 밥과 앨리스가 공동 금고를 만들 때 10만 SATS씩 금고에 넣었다. 이런 경우 앨리스와 밥은 서로에게 라이트닝 네트워크상에서 비트코인을 보낼 수 있다. 이제 앨리스 입장에서만 보자. 앨리스는 공동 금고에 10만 SATS를 보냈다. 이렇게 앨리스가 보낸 10만 SATS를 ‘아웃바운드 유동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밥이 앨리스 자신과 개설한 채널(공동 금고)에 보낸 10만 SATS는 ‘인바운드 유동성’이라고 한다. 정리하면 자기가 라이트닝 채널에 보낸 비트코인 금액을 아웃바운드 유동성이라고 하며, 상대방이 라이트닝 채널에 보낸 비트코인 금액을 인바운드 유동성이라고 한다.
앨리스가 처음에 밥과 채널을 개설하는 상황을 생각해 보자. 채널을 개설한 앨리스가 공동 금고(채널)에 10만 SATS의 돈을 보냈다. 공동 금고에는 10만 SATS가 들어있지만, 이것은 모두 앨리스가 청구할 수 있는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는 오프-체인에서 앨리스가 밥에게 돈을 보낼 수는 있지만, 앨리스가 밥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다. 즉 지금은 앨리스에게 아웃바운드 유동성만 있고, 인바운드 유동성은 없다. 인바운드 유동성이 없으면 돈을 상대한테 받을 수가 없다.
유동성에 대한 좋은 예시가 있다. 빨대 양 끝에 풍선이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돈을 보내 채널을 개설하면 내 쪽의 풍선만 빵빵한 상태다. 상대측의 풍선에는 공기가 전혀 없다. 따라서 상대 풍선으로부터 내 풍선으로 공기가 이동할 수가 없다. 내 풍선에서 상대 풍선으로만 공기가 이동할 수 있다.
유동성 관리는 라이트닝 채널을 운영할 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만약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하고, 이를 통해 결제를 받는다면 인바운드 유동성이 말라버렸을 때 결제를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널 개설, 라우팅을 통한 유동성 이동, 리밸런싱 서비스 사용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조정해야 한다.
협력적 종료와 비협력적 종료, CSV, 페널티
앨리스와 밥이 채널을 개설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앨리스와 밥 각각 10만 SATS의 청구권이 있었는데 앨리스가 밥의 카페에서 5,000원 커피를 3번 사 마신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제 앨리스의 금액이 85,000 SATS, 밥의 금액이 115,000 SATS가 적힌 장부가 있을 것이다. 앨리스와 밥이 둘 다 채널 종료에 합의하면 채널의 최종 장부 거래가 온-체인에 기록되는 즉시(블록에 실려 컨펌되는 즉시) 둘은 채널에 있던 자금을 돌려받는다. 공동 금고(돼지저금통)를 깨는 것이다. 이런 종료를 ‘협력 적 종료’라고 한다.
자, 앨리스에게 악마 맬러리의 망령이 들었다고 생각해 보자. 앨리스는 밥 몰래 오프-체인의 장부를 온-체인에 제출하고 채널을 종료하고 싶다. 그러면 앨리스는 굳이 자신이 85,000 SATS를 받을 수 있는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10만 SATS를 받을 수 있는 이전 장부를 온-체인에 제출하려고 하지 않을까? 이런 상황을 ‘비협력적 종료’라고 한다.
비협력적 종료는 꼭 앨리스처럼 악의를 품고 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상대 노드가 오랫동안 연결이 안 되어 채널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내 쪽에서 채널을 강제 종료할 수 있다. 이런 비협력적 종료 상황에서는 누군가가 배신을 하고 최신 장부를 제출하지 않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전 장부를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비협력적 종료 상황에서는 자금을 바로 돌려받을 수가 없다. 비협력적 종료 상황에서 자금은 CSV, CheckSequenceVerify라는 상대 시간 잠금으로 묶인다. 무슨 뜻이냐면 거래가 온-체인에 제출된 시점으로부터 통상 1,000블록 간 잠긴다. 1,000블록이면 대략 일주일이다. 즉, 비협력적 종료를 하면 자금을 받기 위해서 일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그럼 비협력적 종료를 할 때 왜 일정 기간을 기다리게 했을까? 만약 상대가 최신이 아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이전 장부를 제출하는 경우 페널티를 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페널티는 채널 자금 몰수다. 오프-체인에서 서로 장부를 교환할 때는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적혀있는 장부만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전 거래를 제출할 경우 내가 채널에 있는 모든 금액을 몰수할 수 있는 페널티 거래도 교환한다. 처음에 A 상태가 있었다고 해보자. B 상태가 진행되어 B 상태가 적혀있는 거래가 적혀있는 장부를 교환할 때 A 장부 제출에 대한 페널티 장부도 교환하는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앨리스가 85,000 SATS를 받을 수 있는 장부가 아니라 100,000 SATS를 받을 수 있는 이전 거래를 온-체인에 제출했다고 해보자. 앨리스는 일주일간 자금을 가져갈 수 없다. 밥이 만약 페널티 거래를 제출하면 밥은 채널에 있던 앨리스의 몫 85,000 SATS 모두를 즉시 압수할 수 있다.
라이트닝 노드의 유형
라이트닝 노드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유동성이 이동하는 방식에 따라 분류한 라이트닝 노드의 몇 가지 유형을 살펴보자.
드레인 노드drain node는 유동성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노드를 말하는데, 주로 자금을 빨아들이는 노드를 말한다. 만약 비트코인 결제를 받기만 하는 상점이라면 채널의 유동성이 주로 그 상점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이런 드레인 노드는 시간이 지나면 모든 유동성이 상점의 노드 쪽으로 쏠려버리기 때문에 유동성을 관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결제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런 노드는 리밸런싱(인바운드 유동성과 아웃바운드 유동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을 통해 유동성을 관리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리밸런싱을 하는 방법은 온-체인과 연계해 유동성 방향을 바꾸거나 순환 경로를 만들어 리밸런싱하는 방법 등이 있다. 만약 거래소 노드와 채널이 개설되어 있다면 거래소 노드로 비트코인을 보내고, 거래소에서 온-체인으로 비트코인을 빼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라우팅 노드routing node는 주로 중간에서 결제를 라우팅하는 노드를 말한다. 이들은 거래를 중개하면서 수수료 수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노드를 운영하려면 노드가 항상 온라인 상태로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하고 수수료도 잘 관리해야 한다. 수수료가 너무 높으면 경로에서 제외되고, 수수료가 너무 낮으면 드레인 노드에게 유동성이 다 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수의 채널을 열고, 다양한 다른 노드와 연결을 하여 네트워크 내에서 경로로 자주 선택되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거래소나 지갑 회사 노드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서비스 사용자들을 위해 여러 채널을 개설하고 대규모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노드와 채널을 개설하면 인바운드 유동성 확보가 쉬워진다. 따라서 이런 노드들은 주로 입구 역할을 하며, 많은 노드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허브 역할을 하기도 한다.
라이트닝 노드를 운영할 때는 어떤 목적으로 운영할 것인지 꼭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만약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받기 위한 것이라면 인바운드 유동성을 많이 확보해 놓아야 할 것이다. 거꾸로 비트코인 결제 매장 등에 가서 일상적인 결제를 하거나,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한 P2P 거래로 비트코인을 판매할 것이라면 주로 아웃바운드 유동성을 확보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유동성 관리가 쉽다. 유동성이 마르면 채널을 종료하고 다시 열기만 하면 자동으로 아웃바운드 유동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익을 보고 라우팅 노드를 운영하고 싶다면 상당히 많은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니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라이트닝 노드를 직접 돌리는 것은 간단하지만은 않지만 여전히 매력적이다. 라이트닝 수탁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해당 서비스 운영자를 신뢰해야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KYC나 자금 동결 등의 문제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직접 참여하면 신뢰받는 제3자 없이 비트코인의 확장성을 경험할 수 있다.